이걸 리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알못이 쓰는 똥글이라고 명하는 편이 더 낫겠습니다.

사자후나 여기저기서 떠들어댔던 것처럼 케빈은 내가 본격적으로 에즈라밀러를 파기 전부터 정말 좋아했던 영화였다. 그래서 뭐 하나 보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으면 자연스럽게 케빈에 대하여를 봤을 정도로 여러 번 돌려봤었는데 그렇게 보다보니 볼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게 생기고 처음이랑 생각이 달라지기도 하고.. 영화 속 사건의 인과관계가 그렇게 무 자르듯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최대한 깊고 자세하게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또 다른 관점을 제시 해주기도 한다는 원작소설도 읽어보고, 사람들 반응도 많이 찾아봤다. 원제가 We need to talk about Kevin인 만큼 누구의 문제인가, 케빈은 왜 그랬을까, 하는 논쟁거리를 안겨다주는 영화라서 언젠가 한 번은 내 생각은 어떤지 정리해서 남겨두고 싶었음.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나는 영알못인데다가 에즈라 밀러 덕후이므로 케빈의 입장으로 치우쳐서 영화를 보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자꾸 케빈한테 눈길이 가고 합리화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걸 막을 수가 없다 흑흑.

아무튼 결론은 이 글의 전문성은 눈곱만치도 없으며 이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며 가볍게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난 그저 '케빈에 대하여' 얘기하고 싶을 뿐이어요





당연히 스포 주의

용두사미 주의








 RED 




- 영화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붉은 색.

- 페인트 색, 조명, 잼, 마트 진열대, 에바의 옷, 각종 소품 하나하나에 거의 집착적이라고 할 정도로 붉은 색이 많이 쓰인다.






- 그러나 정작 그 어느때보다 붉은 색이 필요한 순간에는 그 색을 과감히 생략한다.

- 케빈이 두 팔을 벌리고 바라보고 있는 저 강당은 사실 온통 피로 뒤덮여 붉게 도배가 되어야 했을 것.

- 대신 영화는 영화 시작부분, 토마토 축제로 영화 후반부의 모습을 대신 보여주고 있다. 

- 빨간 액체를 온 몸에 두른 채, 빨간 웅덩이 위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축제의 즐거움보다는 어딘가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 심지어 케빈이 강당문을 열고 사람들 앞에 섰을 때 사람들이 그를 향해 내지르는 소리는 저 축제의 환호성처럼 똑같은 것처럼 들림







 Eva & Kevin 




- 영화에서 몇 번 에바와 케빈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경우가 있음. 

- 아무리 뒤틀린 관계여도 결국은 어머니와 아들이며, 닮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 에바와 케빈이 주고 받는 대사 중 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


"엄마도 가끔 막말 하네.(You can be kind of harsh sometimes.)"

"너도 만만치 않아.(You're one to talk.)

"응, 맞아. 누굴 닮은 걸까? (Yeah, I am. I wonder where I got it.)"







 MUSIC 


(블랙이글 님 자막 인용함)


- 영화 예고편에 쓰인 음악


매일 더 가까워지고 있어. 

롤러코스터보다 더 빨라. 

당신은 결국 날 사랑하게 될 거야.

매일 더 빨라지고 있어. 

모두 당장 물어보라 하네. 

당신은 결국 날 사랑하게 될 거야. 

하루가 점점 길어지고 사랑은 점점 강해져. 

당신이 간절히 바라는 건 내 진실된 사랑인가요?




내 비밀 털어놓을 수 있는 세상이 있어, 내 방에서, 내 방에서. 

내 모든 걱정과 두려움 쫓아낼 수 있어, 내 방에서, 내 방에서.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며 뜬눈으로 기도해.

흐느껴 울고 한숨지으며 지난 일을 웃어 넘기지.




어느 날 고아원 앞을 천천히 지나다.

잠시 멈춰서서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봤어.

홀로 서 있는 소년에게 왜 혼자 있냐고 물었지.

그러자 몸을 돌려 먼눈으로 울기 시작했어.

전 버림 받았어요. 버림 받은 아이예요.

야생에 핀 꽃 같은 신세죠.

엄마의 입맞춤도 아빠의 미소도 없었어요.

날 원하는 이 아무도 없어요.




사랑하는 엄마가 이런 말씀을 하신 그 날을 잊을 수 없어라.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넌 항상 이 엄마의 기쁨이었단다. 

집을 떠나 바깥을 떠돌다 보면 집에 못 돌아올 수도 있단다. 

하지만 명심하렴. 하느님이 하늘에서 전능한 눈으로 널 지켜보고 있다는 걸.

죄와 불행으로 가득한 세상이라 슬픔이 스미지 않은 곳이 없단다.

하지만 명심하렴. 네 무거운 짐 가벼이 해주시고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실 거야'

이제 와 엄마를 생각해보면 참 무던히도 날 응원해주셨지.

내 알 수 없는 마음이 빗나갔을 때 내게 말씀하셨지. 

'아들아, 받아들이렴.'




 A MOTHERLESS CHILD WHO SEES HIS MOTHER EVERY DAY 


- 케빈이 저지른 짓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다.
- 하지만 감독도, 케빈을 연기한 에즈라 밀러도 케빈을 싸이코패스라던가 악의 씨앗으로 본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 또한 에즈라 밀러는 케빈을 '어머니를 매일 볼 수 있지만 어머니가 없는 아이'라고 표현한다.
- 이 영화에서 가장 의견이 분분한 논쟁거리는 케빈이 그렇게 자란 것에 에바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냐, 하는 것이다. 



- 자유로운 여행가였던 에바에게 케빈은 원치 않았던 임신, 원치 않았던 아이.

- 에바는 임신과 출산의 기뿜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며, 케빈은 그녀가 자신에게 애정이 없다는 걸 알기라도 하듯 미친듯이 울어댐.

- 에바에게는 케빈의 울음소리보다 공사장의 소음이 오히려 더 낫게 느껴질 정도.




- "엄마는 네가 태어나기 전에 행복했어. 알고 있니? 이제 엄마는 매일 아침 소원을 빌어. '여기가 프랑스였으면 좋겠다.'"


- 에바와의 신경전으로 숫자를 거침없이 외워대는 케빈. 그걸 본 에바는 케빈에게 칭찬 대신 케빈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내밈.

- 에바는 케빈을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하나의 경쟁상대로 대하고 있음.

- 비뚤어진 아이가 엄마를 경쟁상대로 대하는 것과 한 아이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경쟁상대로 보는 것을 같다고 볼 수 있을까.


- "익숙한 거랑 좋아하는 거는 달라. 엄마도 나한테 익숙하잖아." "그래."

- 에바는 거짓말으로라도 '아니야, 엄마는 케빈을 좋아해'라고는 절대 하지 않음


- "코트는 왜 안 가져왔어? 더 불편해지고 싶은가 봐." "불편해? 자기 엄마랑 있는데?"

- 왜 가져오지 않았냐고 하기 전에 미리 케빈에게 날이 추우니 외투를 챙기라고 말해줄 순 없었나?

- 거기다 케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에바는 그 이유가 '불편함'이라고 먼저 단정짓는다. 

- 하지만 사실 그 불편함은 케빈이 아니라 에바 본인이 느끼고 있던 감정이 아니었을까. 에바의 말에 반문하는 케빈은 이미 에바의 마음 속을 읽은 듯 함.


- 미니골프가 케빈의 승리로 끝이 난 후, 케빈은 무언가를 바라는 듯이 에바를 쳐다본다. 돌아온 에바의 대답은 "그래, 네가 이겼네." 뿐.

- 에바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곧장 케빈에게 등을 돌리고, 케빈은 그런 에바를 쳐다보며 잠시 그 자리에 멈춰있다가 에바를 따라감.

- 숫자세기와 마찬가지로 에바는 '이 게임 잘하는 구나' 같은 칭찬은 물론이고 '한 번 더 할까? 재밌었니?' 이런 같은 소리도 절대 안 함. 

- 아들과의 오붓한 시간이 아니라 부모의 '의무를 수행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


- 셀리아의 눈에 리퀴드 플러머가 들어간 사고의 원인을 에바는 케빈의 짓이라고 단정지음.

- 하지만 영화 어디에도 케빈이 그 플러머에 가까이 간 장면은 나오지 않으며, 플러머를 만지고 안전장치를 만진 유일한 사람은 에바다.

- 그리고 마찬가지로 에바가 플러머를 찬장에 넣고 다시 안전장치를 채우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 영화는 에바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그에 따라 관객들도 케빈을 의심하기 쉽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음.

- 그러나 원작 소설에는 이 모든 의심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구절이 실려있다. 

[ "그래, 그 애가 지켜봐야했지. 하지만 그때 셀리아는 욕실에 있었고 케빈은 문이 닫혀 있었다고 했어." - (프랭클린) ]

[ "중요한 건 케빈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거야. 셀리아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을 때 케빈은 뛰쳐나갔다고 했어. 현장을 목격한 순간, 그 앤 동생 얼굴에 물을 뿌리고 최선을 다해 눈을 씻었어. 내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기도 전에, 119에 전화를 해서 앰뷸런스를 불렀다고. 그거야말로 적절한 조치였어, 완벽한 순서였다고, 최고야, 최고!" - (프랭클린) ]

[ 딱 한 번 셀리아에게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물었지. "언제 다쳤어? 어쩌다 그렇게 된거야?" ··· "내가 눈에 뭘 넣어서 케빈 오빠가 닦아줬어요." / 그게 그 애가 말한 전부였어. ]

-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에바가 플러머를 정리하는 것을 잊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실리아가 혼자 플러머를 눈에 넣었으며 케빈은 최선을 다해 피해를 줄이려고 했을 수도 있고, 케빈이 실리아에게 거짓말을 시켰을 수도 있다. 

-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사고가 케빈의 짓이라는 에바의 주장을 백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 에바와 마찬가지로 면회를 온 듯한 또 다른 여성은 에바의 옆에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에바는 무표정 그 자체.

- 똑같이 자식이 감옥에 들어가 있는 어머니들이지만 두 사람의 태도는 매우 상반됨.


- 이 모든 게 에바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여자라면 당연히 모성애가 있어야 한다, 같은 소리는 이제 쓰레기통에 처박혀야 할 구시대적 사고이고, 케빈 또한 도저히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도록 굴었으니 정상적인 애착 관계가 형성될 수가 없었을 것. 

- 그러니까, 모두 에바 잘못이라고 하고 싶은 건 아님. 마찬가지로 케빈만의 잘못이라고 하는 것도 별로.

- 그냥 단순하게 "케빈이 싸이코패스 내지는 소시오패스라서."라는 이유말고 좀 더 자세하고 정당한 원인을 찾고 싶었음....






 So, Why? 




- 그래서. 대체 왜 그랬는데. 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케빈은 에바를 너무 사랑했다.'일 것이다. 

-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에바의 모습을 보면서 그 사랑이 집착과 광기로 변한 것.

- 에바는 본래 여행가였고,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인해 한 곳에 정착하게 된 것에 늘 우울해했다. 

- 그리고 그걸 케빈에게 직접 표현하기도 함. ("엄마는 네가 태어나기 전에 행복했어.")

- 그래서일까 케빈은 에바가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은 욕망을 보일 때마다 아주 격렬히 반응함.

- 방을 '지도'로 가득히 메우자 그곳에 물감을 뿌렸고, 이국적인 노래를 틀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끄라고 종용한다.

- 그리고 케빈이 '그 날'을 준비하게 된 기폭제. 부모님의 이혼.

- 이혼을 얘기하는 에바와 프랭클린의 대화를 들은 케빈의 눈빛은 영화에서 거의 처음으로 불안해하며 어딘가 상처 입은 표정을 짓는다.





- 학살을 저지른 범죄자 치고는 너무도 순순히 걸어나와 포박 당할 자세를 취하면서, 케빈은 마치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주위를 살펴봄.

- 그리고 케빈의 시선과 같은 앵글이 사람들을 비추다 에바에게 고정되는 순간, 케빈은 그곳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보란듯이 미소를 지음.

- 경찰차 보넷에 고개를 처박혀 체포되는 와중에도 그는 마치 안도감을 느끼는 듯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기까지 함.

- 그리고 수송차량에 올라타고 나서도 끝까지 에바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음.




- 결국 이 모든 것은 에바가 자신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한 편의 자극적인 쇼라고 할 수 있음.

- 검거 된 후 찍은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사람들이 보는 게 뭘까? ··· 나같은 사람들이야."

- 이 말은 결국 에바를 위해 케빈이 준비한 쇼의 목적과도 일맥상통함

- '이렇게 자극적인 쇼를 보여주는데, 이래도 날 떠날래?'

- '왜 그랬니'라는 에바의 질문에 영화 속 케빈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라고 말함.

-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 에바는 케빈에게 왜 자신은 죽이지 않았냐고 묻고, 케빈은 명확한 답을 내려준다.

[ "진짜 공연에선 자신의 관객에게 활을 쏘진 않으니까." ]


-영화에선 이 대사가 생략되어서 아쉽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엔 그 대사가 빠진 덕분에 케빈이 조금 덜 미친 것처럼;; 보일 수 있었던 거 같아서 오히려 잘 뺐다는 생각도 듦. 에바와 케빈의 잘잘못에 조금 균형이 맞아졌다고 할까 음...

- 대신 강당에 서서 무대를 마친 공연가의 모습으로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케빈으로 이 대사를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씬이다....


- 마지막 장면에서 에바는 케빈에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케빈은 자기가 그런 적이 있었냐고 대답함.

- 한 번도 행복하지 못했던 아이가 어떻게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 케빈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원작 구절 한 가지 더. 에바가 케빈과의 면회시간에 그가 손에 쥐고 만지작 거리는 구슬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게 실리아의 의안이었음. 

[ "다신 꺼내지 마." 내가 목쉰 소리로 말했어. "그럼 다신 여기 오지 않을 거야. 절대로. 내 말 듣고 있어?"

  내가 진심으로 말하는 걸 그 애도 알았던 것 같아. 내 말은 그 애한테 표면상 지독하게 성가신 '아줌마'의 방문을 떼어낼 수 있는 부적을 제공한 샘이었는데, 그날 이후 셀리아의 유리 눈이 내 눈 앞에 단 한 번도 보이지 않게 된 건 내 생각에, 모든 것을 감안할 때, 내가 오는 걸 그 애가 좋아한다는 의미로밖에 해석할 수 없어. ]






 ETC 


- 어디 넣어야 할지 모르겠는 것들...☆




- 포스터 문구가 비춰지는 차이 [is for lovers] ▶ [or lovers]

- 에바가 불안해 할 때마다 스프링쿨러 소리가 깔림

- 케빈이 입은 작은 옷들은 모두 어렸을 때 케빈이 입던 옷을 그대로 입은 것. 

- 실리아에게 음료수를 가져다달라고 말한 케빈은 에바를 슬쩍 보고 실리아를 저능아라고 부름. (케빈은 관심이 고파요..)

- 벽에 걸린 광대 액자들. 그리고 광대는 언제나 인위적으로 그려낸 표정만 하고 있는 캐릭터.

- 케빈이 입 속에 넣고 씹어대는 리치는 마치 사람의 눈알을 떠올리게 함.




- 에바의 잘못으로 케빈의 팔이 부러졌을 때, 에바는 케빈이 자신의 잘못을 프랭클린에게 일러 바칠 것을 두려워하지만 예상외로 케빈은 에바의 잘못을 덮어줌.

- 하지만 이건 결국 케빈이 에바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순간이 됨.

- 케빈에게 약점을 잡힌 에바는 케빈의 눈치를 보고, 케빈도 그 이후 흉터를 만지작 거리며 에바를 압박함. 








항상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이상 영알못의 제멋대로 해석이었읍니다...






+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또 새로운 게 자꾸 보이는 영화... 몇 가지 빼먹었던 것들 더 추가 (16.09.25)




-초반부 에바가 집에 돌아왔을 때 얼굴에 묻은 페인트. 마치 어딘가에 베인 상처의 흉터처럼 인위적으로 묻어있다

-그리고 중반부 페인트가 묻어있던 바로 그 위치에 겹쳐지는 케빈의 얼굴

-에바에게 절대 없어지지 않는 흉터처럼 남은 케빈이라는 걸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함




-정말 짧게 지나가는 장면들이라 지나치기 쉬운 부분..!!!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지도 않는 사이처럼 보이는데 케빈은 슬쩍 에바를 쳐다본다. 

-아직도 여전히 에바의 관심을 갈구하는 케빈...ㅠㅠㅠㅠ아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앤데 이 장면은 알고나니까 에바 눈치 보는 거 같아서 좀 맘이 아팠다..



그 외에


-첫번째 캡쳐 묶음에 나온 잼으로 뒤덮인 식빵. 단순히 빨간 색감을 강조하려는 용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케빈이 에바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잼을 더는 순간에 에바가 말을 걸어서, 오랜만에 엄마가 저에게 말을 걸어줬으니까, 얘기를 들어보려고 그렇게 홍수가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 같아서... 

-나는 케빈이 타고난 건 싸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아니라 사람의 진심을 구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게 아니고 자라면서 습득한 거든 뭐든 그 능력은 확실히 있는 거 같다. 에바가 저를 진심으로 대할 때와 '가족의 흉내를 내려 할 때'의 반응이 확연하게 다르다. 

-저 잼 담을 때도 에바가 그날 케빈이 자기 포스터를 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 조금 마음을 연 상태에서 같이 시간 보내자고 제안 했고 그래서 그 제안에는 응한다. 하지만 그 이후 시간 보내면서 위에서 설명한 대로 지금 너무너무 불편한데 엄마라는 이름 아래 의무적으로 하는 거란 게 눈에 보이는 순간 다시 비뚤어지는 모습들 보이는 것도 다 그런 맥락에서라고 생각함.

-또 나중에 발견한 건데 케빈 어렸을 때 에바가 케빈 달래주는 자세랑 프랭클린이 케빈 안는 자세랑 달라도 너무 다르더라...숨이 넘어가라 우는 자기를 단 한 번도 품에 안아주지 않고 어색하게 몸만 잡고 둥둥 들어올기만 하는 에바였으니 그때부터 누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는지 실감하며 자랐을 거 같음


-그래서 왜 그랬니? 하는 질문의 답변은 '에바는 케빈의 관객이기 때문에'라는 것 외에 에즈라가 해석한 내용을 덧붙이면 딱일 거 같다. 캐릭터 해석 정말 잘하는 배우여서 그런지 얘기 들어보니까 정말 머리가 번쩍 하면서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옴.

-에즈라가 인터뷰 하면서 케빈은 자기 행동을 정당화 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잘못된 정당화. 이 말을 듣고 나니까 아귀가 착착 맞는 거다. 케빈은 자기가 겪은 일들에 계속해서 분노하면서 이게 맞는 일이야, 엄마는 이런 일을 겪어도 마땅해, 하는 생각으로 일을 저지렀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지나고 나서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예전엔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이 마지막 대사를 놓고 에즈라 밀러가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케빈은 모르겠다고 대답했지만, 나는 걔가 잘 알고 있었다고 확신해요.'

-그러니까 전에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면서 이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보니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음을 케빈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어디 케빈이 나의 잘못이었다고 말할 놈인가? 절대 아니지. 그러니 에바에겐 그저 잘 모르겠다고만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선 확실히 사이코패스라기보다는 올바른 판단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걸 인정하지도 못하는 지독하게 어리석은 어린 애 같은 모습.


-아버지는 왜 죽였는가,에 대한 대답도 에즈라의 답변에서 힌트를 얻었다. 케빈은 처음엔 프랭클린에게 동지애를 느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너무 쉽게 조종되는 아버지한테 분노하게 된다. 아버지가 얼마나 쉽게 속아넘어가는지를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증명하면서 아버지가 사실은 가족들에게 정말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니란 걸 확인하고 경멸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위에 빼먹은 노래가 딱 하나 있는데, 다른 노래 가사들은 다 이유를 알겠는데 그 곡만 이유를 몰랐었기 때문이다ㅎ... 에바가 케빈 면회하러 가는 길에 나오는 노래 중에 "우리 캡틴의 눈이 먼 걸 알았다면 ~~했을텐데" 하는 가사가 나옴. 아버지가 사실은 가족을 제대로 살펴보는 게 아니라는 지점에서 생각해보면 저 가사가 그냥 나온 건 아닌 걱 확실하다. 워낙 오에스티도 딱 들어맞게 쓰는 연출이니까 저 가사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겠지.. 하 영화 정말 최고야

Posted by duc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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