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즈라 밀러 지큐스타일 코리아 2012년 F/W 인터뷰
Ezra Miller/인터뷰 2017. 10. 3. 01:25 |[ We need to talk about Kevin ]
2012년
에즈라 생파하면서 한 덕후분이 친히 자료 가져와주셔서
한글 인터뷰의 존재를 뒤늦게 알았다 ㅠㅠ
스캔본 출처: http://min_35.blog.me/100170640904
(잡지 실물 보고 사진을 찍어오긴 했는데
텍스트본이나 깨끗하게 올라온 게 없나 싶어서 찾아봐도 이게 유일한 거 같다
정말 오래전부터 에즈라 파고 계셨어ㅠㅠㅠㅠㅠ 넘 감사합니다...)
스무 살의 에즈라 밀러는 지금 번개 같은 과속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당신에 대해서 애기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 비행기는 어디로 가는 중인가? 새 영화 <월 플라워> 홍보 기간이라 여러 곳을 다니고 있다. 지금은 뉴욕으로 가는 중이다.
<월 플라워>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스티븐 크보스키는 당신을 두고 "에즈라는 배우이자 뮤지션, 아티스트다. 그러나 그는 결론적으로 방랑자다"라고 말했던데? 아마 내가 한 가지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많은 일들 중 내가 가장 무게를 싣는 일이 뭔지 나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방랑자란 말이 적절한 거 같다.
소설 <월 플라워>는 읽어봤나? 패트릭의 첫인상이 어땠나? 영화 속 찰리의 나이인 열네 살에 그 책을 읽었다. 아주 친한 친구가 그 책을 읽고 호들갑을 떨기에 나도 어디 한번 읽어볼까, 그랬다. 그 친구는 이 책이 자기 인생을 구제했다고 말했다. 사실 내가 맡은 패트릭보다는 로건 레먼의 역할인 찰리에 더 관심이 많았다.
당신이 소년기를 보낸 90년대와 그 후 2000년대의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뭐가 가장 많이 변했나? 세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내가 변했을 뿐이지.
영화 <월 플라워>는 10대로 살아가는 것에 관한 얘기다. 당신의 10대는 어땠나? 이제 스무 살이 됐지만 난 아직도 10대 시절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다. 어른이 됐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10대 시절엔 뭐든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하고 마음속엔 불덩이가 타오른다고? 그게 무슨 소리일까? 어른이 되면 확실하고 분명해진다는 얘기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더 자세히 말하면 그렇게까지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의 실체가 뭔지 모른다.
<월 플라워>는 1999년에 출판된 소설이다. 13년이 지난 지금, 그 안의 문장들은 어떤 식으로 지금에 맞게, 그리고 영화에 맞게 바뀌었나? <월 플라워>는 좀 더 현대화된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출판 후 얼마 동안 청소년들에게는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고, 그래서 애들은 그걸 더 갈망했다. 못하게 하면 기를 쓰고 하는 게 애들이다. 그때 또래 중 그 책을 못 읽은 애는 하나도 없었다. 질문에 답하자면, 그 문장들은 지금에 맞게 바꿀 필요도, 영화에 맞게 변형할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 자체로 너무 멋지니까.
'월 플라워'는 원래 무도회에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여자를 뜻한다. 영화 속에서는 왕따를 의미하고, 당신도 혹시 왕따가 된 적 있나? 요즘 그렇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인데 내게 돌아오는 반응은 수천 가지다. 기분이 왕창 상한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닌 개인적인 생활이나 신상에 관련된 일로 모두에게 따돌림 받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웃 매거진>과의 인터뷰 후, 당신의 "I'm queer"란 말이 세상을 들쑤셔놨다. 벌집을 건드리는 것 같은, 그런 말을 할 때는 이후의 사태도 예상했어야 하지 않나? 노 코멘트.
그럼 <어바웃 케빈>에 대한 얘기를 하자. 그 영화에서 당신은 절대 악으로 등장한다. 세상에는 케빈처럼 이유 없는 악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악인보다는 악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어떤 악한 마음이 있는데 그 마음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었을 거다. 당신 얘기대로 벌집을 들쑤시는 것 같은 그런 게 있었겠지.
<케빈에 대하여> 원작에는 이런 대사가 있었다. 면회 온 엄마가 "너는 왜 나는 죽이지 않았니?" 묻자 케빈이 답한다. "공연을 하는데 관객을 죽일 순 없잖아." 영화에선 이 결정적 대목이 빠졌다. 어떻게 된 일인가? 시나리오엔 분명히 있었고 촬영도 했다. 그 다음은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감독이 그걸 도려냈다면 아마도 이미 영화의 흐름을 통해 그 질문과 답이 충분히 표현되었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했던 말 또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빼버렸을 수도 있겠지.
당신의 초기작 <어나더 해피데이>와 <어바웃 케빈> 둘 다 가족에 관한 얘기다.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난 뉴저지 출신이고 거기서 오래 살았다. 정확히 말하면 와이코프란 동네였다. 버겐 카운티에 속하니까 맨해튼과 가까운 뉴저지다. 거긴 뉴욕과는 달리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고 그래서 유대도 더 끈끈하다. 물론, 뉴저지 특유의 차가움도 있지만 우리집은 늘 온화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사이야와 케이틀린, 누나들을 정말 사랑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의 경험이 궁금하다. 여섯 살에 오페라를 처음 시작했고, 여덟 살 때 포르투갈의 탐험가 비스코 다 가마의 얘기를 다룬 필립 글래스의 컨템포러리 오페라 <화이트 레이븐>의 미국 초연에 참여했다. 이 일을 계기로 아홉 살 때 계기로 아홉 살 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어린이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그때부터 일주일에 며칠은 꼭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나와야 했다. 많은 걸 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오페라의 경험도 소중하지만 그 자체보다도 오페라를 하느라 뉴욕을 오간 것이 어린 시절의 내겐 더 큰 영향을 줬다.
당신의 밴드 '선스 오브 언 일러스트리어스 파더'는 어떻게 지내나? 모두 잘 지낸다. 얼마전 여름 투어를 끝내고 지금은 쉬고 있다.
당신 얼굴을 두고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얼굴이라고들 한다. 스스로의 외모를 좋아하나? 좋아하고 싫어하고 그런 건 생각 안 해봤는데? 하지만 만족스럽다.
동양적인 외모의 근원은 뭔가? 조상 중에 혹시 아시안이 있나? 아버지가 유태인이다. 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그렇다.
요즘 당신의 패션은 좀 난해하다. 뭐랄까, 조니 뎁을 추앙하는 것처럼 보인다. 조니 뎁 패션을 동경한 적 없다. 나는 그냥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즉흥적으로 입는다. 빈티지 숍에도 많이 가지만, 꼭 구제 옷만 입는 건 아니다.
영화계에선 당신을 포스트 제임스 딘이라고들 한다. 그 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제임스 딘보다는 말론 브란도를 좋아한다.
수많은 도시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 뉴욕. 특히 뉴욕의 헌 책방은 가봐야 한다. 보물창고다. 아무렇게나 고른 1달러짜리 책들도 다 읽을 만하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마담 보바리>. 다음 작품이다.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함게 출연한다.
당신의 영웅은 누구인가? 줄리앙 슈나벨. 함께 시가를 피운 적도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은 뭐라고 생각하나? 지구.
이번 거는 해석할 게 없어서 짧은 감상만.
한국 패션지 쓸데없이 예리하고 날카로운 척 하려고 무례하기만 한 질문 해대는 거 너무 싫은데 역시나 에즈라에게도. 근데 에즈라가 칼 같이 쳐내고 자기 생각 똑바로 얘기해줘서 시원하다. 특히 성정체성 관련해서 논란 일으킬 거 예상했었어야지? 하는 말에 단호하게 노코멘트. 라고 맥인 거 크으으으!!!! 내가 좋아하는 인터뷰 중에 사람들이 신경 쓸 건 생각 안했다고, 자기 성청제성이 축복받을 필요도, 비판받을 필요도 없다고 한 말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요 대답도 같은 맥락인 거 같아서 감동 받았다 흑흑